블라스퍼머스2에 인용된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dez)의 시 잡담

그아아앗

블라스퍼머스2에 인용된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dez)의 시 잡담

빡깡똘빡 2024. 11. 24. 16:01

 

블라스퍼머스 1편 오프닝에서는 [떠오르는 건 태양이 아니라 우리의 죄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제작사인 게임부엌....아니, 게임키친이 그 문구가 간지나 보여서 괜히 넣은 게 아니라 블라스퍼머스 1편의 배경인 쿠스토디아의 기열찐빠 개막장스러운 신정 정치가 어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넣은, 매우 고급스럽고 심플한 상징적인 문구인 것이다.

 

그것에 반해 블라스퍼머스 2편의 오프닝에 나오는 미겔 에르난데스 Miguel Hernadez의 문구는 딱 봐도 이 문구를 왜 넣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만물은 마음에 고독한 뿌리를 뻗는다.

동반자 없는 이의 흔적은 물 속이나 바다처럼 깊은 곳에 남으리니.]

 

뭔가 병신같고 멋있긴 한데 이게 2편의 내용과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인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본인의 존마난 해병호두를 최대한 굴리며 6.9초간의 마라톤 묵상을 통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미겔 에르난데스의 시구가 의미하는 것은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고독한 뿌리를 뻗은 존재... 무수한 세월이 지나도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 잊히지 않고 계속 되살아나는 존재

 

우선 이 조건에 걸맞는 건 첫번째로 우리의 주인공인 침묵의 참회자인 것이다.   천년 전, 크리산타에 의해 첫번째로 사망했으나, 기적의 힘에 의해 개같이 부활했고 이후 기적의 사슬에서 벗어난 크리산타와 손잡고 사악한 잡신 기적을 퇴치한 뒤 다시 시체가 되었던 그남...  허나 블라스퍼머스2에서 기적의 부활과 함께 돌아왔고 천년 뒤의 세상임에도 사람들은 참회자가 어떤 존재인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편의 DLC인 메아 쿨파에서 참회자를 깨운 인물이 크리산타였다는 것을 명시하면서 미겔 에르난데스의 시 문구는 더더욱 명확해진다.

 

1편 프리퀄에서 침묵의 참회자가 속한 교단 사람들은 죄다 떼몰살 당했다.  크리산타가 이끄는 기름부어진 군단에 의해 참회자를 제외한 모든 교단 사람들이 도륙당한 뒤 구덩이에 던져졌던 것이다.  

 

그렇게 참회자는 모든 동료들을 잃고 혼자가 된 줄 알았다.  하지만 1편의 여정을 통해 참회자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그들의 마음 속에 각인된다.  게다가 불구대천의 원수일 줄 알았던 크리산타마저도 [반역자]라는 신비한 존재를 매개로 해서 결국은 뜻을 같이하는 동지가 된다. 

 

그리고 2편에서, 참회자가 부재한 동안 대신심회 전원과 맞서 싸워야 했던 고독한 크리산타가 패배하기 직전 떠올렸던 인물은 역시 참회자였다.  참회자라면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그남의 무기인 메아 쿨파 자루를 건네주기 위해 자신의 육체를 죽여서 영혼의 상태가 되어서까지 기적의 눈이 닿지 않는 미지의 공간으로 가서 참회자를 기다려 온 것이다.  

 

작중에서 참회자는 기분 묘사도, 대사도 하나 없어서 정확히 알기는 어려우나, DLC에 새롭게 추가된 엔딩 C에서 크리산타가 기적을 처단한다는 과업을 자기 대신 이룰 수 있게 돕는 걸로 봐서 최소한 참회자 역시 크리산타의 존재를 마음 깊이 인식하고 그를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크리산타 역시 참회자의 마음 속에 뿌리를 뻗은 어떤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인지도 모름껍다.   

 

크리산타와 참회자... 처음 시작은 증오하는 적으로 만났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깊은 의미를 갖고 마음 속에 뿌리내린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게 참 흥미롭지 아니한가?  

 

 

 

미겔의 시가 의미하는 두번째 존재는 기적빳따죠 쉬-펄-

 

천 년 전에, 참회자와 크리산타가 뇌송송 머갈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참회자가 그냥 시체가 되어버린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심장 속 대머리 냄져의 형상으로 나타나버린 존재...  이 존재가 다시 등장한 이유는 블라스퍼머스2 본편에서 잘 설명되고 있는데,  어떤 불임 부부가 죽어도 지들 애를 낳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기적의 재림을 소망한 바람에 이 재앙이 다시 강림하고 말았다는 그런 이야기다.

 

인간들은 나약하기 그지없는데 반해, 세상에는 너무나 험악한 일들이 많다 보니 사람들은 다들 자신 또는 누군가를 위해서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쿠스토디아에 나타난 재앙같은 기적은, 하나가 퇴치되었다고 해서 그 추종자와 신앙심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네버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기적 역시 쿠스토디아 사람들의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린 존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작품 바깥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보기엔 영 좆치 아니한 의미긴 하지만

 

쿠스토디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기적의 존재가 너무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어서 좀처럼 쉽게 소멸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기에 아마도 이 블라스퍼머스 시리즈 역시 쿠스토디아, 그리고 그 이후 세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신앙심이 희박해져서 결국 종교가 쇠퇴했다는 설정이 나오기 전까진 계속될지도?

 

 

 

마지막으로... 그래서 블라스퍼머스2에서 인용된 미겔 에르난데스의 시 제목은 무엇이며, 전문은 어떻게 되는가!!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래에 해당 내용을 적어 본다.

 

 

  MIGUEL HERNÁNDEZ: “AFTER LOVE” (미겔 에르난데스: 사랑 후에)

 

We could not be. The earth 

우리는 될 수 없었다. 지구는

could not be enough for us.

우리에게 충분치 않았다

We are not equal to what

우리는 동일하지 않았다

the sun intended

태양이 의도한

with its distant desire.

먼 곳에 있는 욕망과

One foot draws

한 발을 끌어당겨

a little closer to the light.

빛에 아주 조금 가까워진다.

The other insists on darkness.

다른 한 발은 어둠을 고집한다.

Because love is not forever,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not in me, or anyone else.

나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Hatred waits for its moment

증오는 그 순간을 기다린다

in the depths of every coal.

석탄처럼 깊은 곳에서

Hatred is red, yet nourished.

증오는 붉지만 점차 자라난다

But love is pale and alone.

그러나 사랑은 창백하고 고독하다

Tired of hating, I love you.

증오하는 데 지쳐서,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Tired of loving, I hate you.

사랑하는 데 지쳐서, 나는 당신을 증오한다.

Time rains. It is raining time.

시간이 쏟아진다.  시간은 쏟아지는 중이다.

A sad day among all days,

모든 나날 중 가장 슬픈 날

sad for all the earth,

지구의 모든 것들 중 가장 슬픈 것

sad from me to the wolf.

나에게서 늑대에 이르기까지의 슬픔

We sleep and wake

우리는 잠을 자고 또 깨어난다

with a tiger between our eyes.

눈 속에 호랑이를 품고는

Stones, men like stones,

돌들, 돌과 같은 사람들

hard and full of bitterness,

고집 세고 신랄함으로 가득찬

collide in the air, where

그들이 서로 충돌한다

stones crash unexpectedly.

예기치 않게 돌들이 충돌한다.

The solitudes that broke them apart today,

오늘 그들을 갈라놓았던 고독은

and yesterday bound their faces together.

어제 그들을 하나로 묶어놓았었다

The solitudes

그 고독들은

that in a kiss

입맞춤 속에서

still a muffled roar.

여전히 포효를 담고 있다

Solitudes forever.

고독은 영원하다

Solitudes without support.

지지할 곳 없는 고독들

Bodies like a hungry sea

육체는 굶주린 바다와 같아

crashing together angrily.

서로를 향해 맹렬히 부딪친다.

Alone, tied together

홀로, 혹은 서로 엮여

by love, by hate.

사랑으로, 증오로

Surging through veins,

혈관을 통해 솟구치며

crossing cities, grimly.

도시를 가로지른다, 암울하게

In the heart, everything lonely takes root.

만물은, 마음에 고독한 뿌리를 뻗는다.

Footprints without companions are left behind as if made in water or at the bottom of an ocean.

동반자 없는 이의 흔적은 물 속이나 바다처럼 깊은 곳에 남으리니

Only one voice in the distance,

먼 곳에서 들리는 단 하나의 목소리

I hear it from a distance always,

나는 그것을 항상 먼 곳에서 들을 수 있다

forces you on, accompanies you like a neck upon your shoulders.

그것은 너를 이끌어내고 네 어깨 위의 목과도 같이 너와 함께한다

Only one voice snatches me up

단 하나의 목소리가 나를 이끌어낸다

from this thorny frame from this receding hair and threadbare clothing.

이 가시 돋친 몸에서, 이 퇴색해버린 머리카락에서, 이 누더기 같은 옷에서

The dry winds cannot dry its luscious seas.

건조한 바람은 풍성한 바다를 말릴 수 없다.

And the heart remains fresh in its jail of August

그리고 심장은 8월의 감옥 속에서 생기있게 남아 있다.

because this voice is the river’s most tender weapon.

그것은 그 목소리야말로 강의 가장 부드러운 무기이기 때문이다.

It says:

그가 말한다:

“Miguel, I’ve remembered you

미겔, 나는 너를 기억해

since sun and since dust,

태양 그리고 재 속에서

before the moon existed,

달이 존재하기 전에

tomb of a loving dream.”

사랑의 꿈이 묻힌 곳에서

Love: it tears my being

사랑: 그것은 나의 존재를

from its primal rubble,

그 원초적인 잔해에서부터 

and building me up,

나를 다시 세우고는

speaks truth through my breath.

내 숨결을 통해 진실을 말한다

After love, there is the earth.

사랑 후에, 지구가 있다.

After earth, there is everything.

지구에는, 모든 것이 있다.

 

 

이거 전문을 다 놓고보니 왠지 놀이부엌....아니, 게임키친 양반들의 의도가 참 수상해지는구마이.

 

목소리로부터 끌려나오는 가시 돋친 몸과 퇴색해버린 머리카락과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친 인물이라...  어찌보면 블라스퍼머스2 오프닝 상황에 딱 맞는 시이긴 한데.... 뭐시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